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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 - 분열의 정치, 타협의 정치] "국회의 총리 추천제, 개헌 없이 제왕적 대통령제 보완 가능“ : 내일신문 창간28주년 기획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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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8주년 기획 좌담 |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1.분열의 정치, 타협의 정치] "국회의 총리 추천제, 개헌 없이 제왕적 대통령제 보완 가능"
이현우 "여론 따른 개헌 방향 판단 위험"
박명호 "총리 재량권 넓혀주는 게 핵심"
20대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정치권은 타협보다는 대결, 대화보다는 반목으로 얼룩져 가고 있다. '5년 간의 권력'을 잡기 위한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를 보는 유권자들은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묻는다.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지만 대리인을 정하는 주권자들은 머뭇거리기만 한다. 정치는 왜 유권자의 짐이 됐는가. 제도의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아니면 또다른 원인이 있는가.
지난 1일 내일신문은 창간 28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 좌담을 마련했다. 먼저 '분열의 정치, 타협의 정치'를 풀어내는 자리에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 했다. 진행은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이 맡았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정치의 나아갈 방향과 함께 차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필요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다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개헌, 청와대 운영방식을 우선 점검했다. 대통령, 청와대와 국회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챙겨 짚었다. 총리, 장관 임명과 운영 등 인사원칙, 공감과 공유, 시대정신 등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도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

지난 1일 내일신문 편집국에서 가진 창간특별기획 좌담에 박명호 교수(가운데), 이현우 교수(오른쪽)가 '분열의 정치, 타협의 정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이의종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형 통치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현우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죠. 이전과는 다른 차별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박관념이 제도 안에서의 국가 운영을 넘어서게 만들고 집중된 권력에 따라 기대와 본인의 욕구들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온 것이 한국정치의 특징이고요. 또 다른 측면을 보면 정치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적인 정치에 대해서 비판하면서도 그런 식의 정치문화가 남아있거든요.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영의 문제로 보는 건가요.

이현우 교수 |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서 단임했기 때문에 너무 아쉬운 대통령이 있으면 꼽아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없다더라" "선한 정책은 없어요. 선한 결과가 있는 거죠. 난 잘하려고 했는데 못했으면 그건 그냥 못한 거예요"
이현우 헌법이나 법률의 결함이 문제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을 만들 때 취지를 제대로 따르느냐, 법의 정신을 따를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 법의 허술한 점을 이용해서 자기의 이득을 찾으려고 하느냐는 이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박명호 굳이 형량한다면 제도보다는 사람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문화나 배경이 중앙집권적이고 권력집중적이었죠. 분권의 경험이 별로 없어요. 자치의 경험도 별로 없고요. 거기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가는 배경이 갖춰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화된 대통령제죠.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개헌을 주장하는 전문가나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지 않나요.
이현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변화를 모색하고 개선을 해야 된다는 것에는 상당히 동의해요. 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서 개헌의 여부, 방향 등을 알아본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경험으로 보면 여론조사로 권력구조를 알아봤을 때 '이원집정부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추가로 질문해서 이원집정부제가 뭐냐고 물었을 때는 상당수 사람들이 몰라요. 월드컵에 나갈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선발하는 능력은 감독이 제일 낫죠. 언론이나 또는 정치학자들이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놓는다든지 아니면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에 대한 논의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무작정 여론이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개헌을 하지 않고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명호 교수 | "'여당 의원' '야당 의원' 아니라 모두 '국회의원'이죠. 족쇄를 풀어줘야 돼요" "대통령들의 반응성이 떨어지고 공감이 떨어지는 건 탈현장화됐다는 얘기거든요"
박명호 총리 제도가 우리 정치의 경로 의존성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제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총리의 정치적 힘이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렇지 않고 국회의 신임에 의존하게 한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이라고 하는 부분을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출발은 대통령을 우위에 놓고 총리의 재량권을 넓혀줄 수 있는 시작점이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죠. 그래서 개헌하지 않고도 가능한 총리 추천제 정도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총리의 정치적 신임 근거를 바꿔줘야 하는 거예요.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추천제부터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선출제까지 로드맵을 갖고 갈 수 있죠. 개헌을 하지 않고도 합의만 되면 가능해요. 아주 낮은 수준에서부터요.
이현우 대통령 연임 부분도 마찬가지인데요. 대통령의 임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조급하고 무리하게 국민 동의나 설득 보다는 푸시 한다거나 아니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분명히 단임제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서 단임 했기 때문에 너무 아쉬운 대통령이 있으면 한번 꼽아보자'고 학생들에게 물어봤어요.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연임은 불행한 시기가 더 길어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현재 대통령제 문제를 제도의 탓으로 돌려서 헌법을 바꾼다고 해서 좋아질 것이냐에 회의적입니다. 개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개헌은 마치 선이고 더 나은 개선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인사문제로 넘어가는 데요. 인사 원칙에 대해 짚을 부분이 무엇이 있나요.
이현우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권한이 저 사람에게 있다', '나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신호를 몇 가지 보여줘야죠. 공무원들은 그런 시그널에 굉장히 빠르게 반응해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더 높아질 거고요. 권력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자신감에서 나와요. 장관들도 대통령에게 '나 못하겠다'고 사표 던지고 대통령이 '그러지 말라'고 잡는 식의 문화가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장관들도 상당히 긴 임기가 필요합니다.
박명호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일 텐데요. 어느 부서에 누가 가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 그런 사람을 인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죠. 그 다음은 인사권 보장이에요. 인사와 재정에 관한 권한이 일임돼야 책임총리, 책임장관이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인사권은 지금 현재 거의 100% 청와대에서 행사하면서 장관 등 정무직 인사들에게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쓸 수 있는 레버리지는 없는데 능력을 발휘하라는 거죠.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어야 되는 거지, 그렇지 않고 책임만 묻겠다고 그러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죠.
이현우 인사가 가장 중요한데 핵심은 임용할 때에 충성심에서 비롯된 '코드 인사'라는 게 너무 큰 미덕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지식으로든 능력으로든 맞는 사람이 가면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리를 버리고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나를 뽑아줬으니까 보은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지금도 여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배반했다는 거 아니예요. 이런 얘기가 안 맞는 거죠. 공직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거고 국가를 위해서 그 자리를 만든 거지 정권이나 대통령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인사에서 고려하는 게 실력과 충성심 중 아직도 충성심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아요. 코드 인사는 진보든 보수든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정부가 출발하면서 그런 식의 논공행상을 보게 되죠. 대선캠프에 있고 그러다가 요직에 가고 그 파장이 낙하산 인사까지 가는 거예요. 문화죠. 우선 개선돼야 할 부분입니다.
박명호 권력의 현실에서 보면 캠프 정치, 충성심 같은 게 권력 운용의 논리니까요. 다만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리더십이 있는데 권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리더십이 달라져야 해요.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특히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설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네요.
박명호 입법부와 행정부 관계에서는 두 가지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대통령제를 우리는 내각제적으로 운영해요. 흔하게 표현하는 정부 여당, 이건 내각제에서 나오는 얘기죠. 두 번째는 정당 집단주의예요. 패거리주의죠. 당론으로 정해버리는 거거든요. 특히 여당이 더 심해졌잖아요.
그런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할 수밖에 없어요. 의원의 장관 겸직도 하나의 이유죠. '국회의원'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 되는 거죠. 항상 '여당 국회의원'이 먼저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여당 의원' '야당 의원' 아니라 모두 '국회의원'이죠. 족쇄를 풀어줘야 돼요.
이현우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제일 중심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제에서도 국회가 중심입니다. 우리나라 헌법도 그렇고 미국 헌법도 그렇고 의회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대통령 권력이 나오거든요. 그 이유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을 맡겼을 때보다는 다수의 집단지성이 더 낫다는 의미죠. 국회에서는 법을 만드는 거고 행정부는 그 법에 근거해서 수행을 하는 거잖아요. 권력의 창출은 의회인 거죠.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들이 공천에 매달려 청와대나 대통령과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바꾸자고 했던 게 상향식 공천이죠. 그런데 실질적으로 공천이 끝난 다음에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보면 전략공천이나 단수 공천을 떼내고 나면 얼마 안되죠. 출발점을 공천에서부터 시작하면 의원들이 좀 더 자율성을 가질 수 있죠.
■'소통능력'은 대통령의 중요한 필요조건일텐데요. 많은 대통령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어요.
박명호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의 다짐이 들어간 후엔 다 달라졌어요. 농담 삼아 터가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대통령'은 오더나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예요. 프레지턴트의 어원 자체가 '회의장에 먼저 나와 기다리는 사람'이죠. 조율사가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는 역대 대통령이 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이고 때 묻지 않은 고결한 존재여야 하면서 동시에 손에 피를 상당히 묻히는 존재이기도 한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보여지는 건 전자의 것으로 보여져야 되니까 여기에서 오는 충돌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정치하는 대통령이어야 되는데 정치를 멀리하는 대통령이 돼가는 거죠.
대통령들의 반응성이 떨어지고 공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봐야 해요. 우리 정치가 점점 나빠진다고 하는 것은 여러 측면 중에서 보면 탈현장화됐다는 얘기거든요.
이현우 의회주의자가 필요해요. 의회를 종속적이거나 아니면 의회에서 뭘 하는 걸 짜증을 내서는 안 되거든요.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 국민을 설득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야 되는데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를 해요. 그걸 왜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느냐는 거죠. 그런 쪽의 견해가 있으면 그것을 설득하고 찾아가서 얘기하고 그런 부분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직까지 우리는 고귀하고 신화적인 존재로서의 대통령 모습을 환상으로 가지고 있는 거죠. 국민들은 사진 안 찍고 그냥 와서 손잡고 가는 대통령을 원해요. 대통령이 누굴 불러서 오찬을 했다는 게 너무 맨날 해서 신문에 나지도 않게 되는 거죠. 이런 게 정치철학이죠.
■한국정치 현실을 보면 빈약한 정치철학과 인물 부재론을 짚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현우 정치가 프로입니까, 아마추어입니까 물어요. 어느 분야에서 성공한 의사였던 사람도 정치한다고 오고, 법관이었던 사람들도 갑자기 정치한다고 들어오고 그렇죠. 정치가 그런 거냐는 거죠. 정치인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줬어야 되는데 '내가 해도 너보다 낫겠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문제의 출발은 정치인 집단이라고 봐요. 제대로 된 정치인을 키워오지 않은 거죠. 차기 정치인들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인 것, 문화적인 것들이 전혀 없는 상태죠.
■내년 3월 9일 대선이 있어요. 차기 대통령 리더십, 시대정신은 뭔가요.
박명호 전환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에겐 철학이나 방향성이 중요하고 더 중요한 건 제도설계 능력이예요. 시기에 맞는 중요한 제도와 역할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죠. 프로야구 감독을 임명할 때도 윈나우(당장 승리하기 위한 전략)냐, 리빌딩(팀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전략)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하거든요. 리더십이 시대정신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느냐, 임기 안에 어떤 제도설계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국민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시민이 답이고요. 최종적인 심판자죠. 다만 시민을 위한 정치가 되려면 공유, 공감의 문제가 개선이 돼야 해요. 여야 간의 공유의 영역이 점점 없어졌고 정치권과 시민들 간의 공유 영역이 점점 없어졌어요. 의전 정치, 이벤트 정치만 늘어났어요.
또 탈현장이 되다보니 탈공감이 되는 거예요. 결국 선거를 통해서 시민의 선택으로 그런 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거죠. 시민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바뀌면 정치권은 거기에 맞춰서 변할 거예요. 근데 사람들의 선택이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면 당연히 변할 이유를 못 느끼겠죠. 따라서 결국은 시민이 답이라고 할 수 있죠.
이현우 200년 가까이 된 얘기지만 정치인의 자질을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 정치'에서 정치인의 자질을 얘기하는 데요. 열정이 있어야죠. 대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열정도 있어야 될 것이고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자질도 있어야 되고 결과를 낼 수 있는, 결과에 책임지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프레지던시라는 대통령직이 아니라 프레지던트라는 대통령,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기대가 더 있는 거고요.
대통령은 통치나 컨트롤 타워라는 것보다 코디네이팅, 조화를 만드는 역할로 인식해야 하는 거죠. 삼국지에서 유비가 힘이 제일 약하잖아요. 강력한 힘은 없지만 큰 그림을 보면서 조화롭게 맞춰가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정치의 기본은 공감이거든요.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주변에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것을 넘어서야 돼요.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데 무능하거나 공감을 못한다고 느낀다면 실제로는 철학이 빈약한 거죠. 선한 정책은 없어요. 선한 결과가 있는 거죠. 난 잘하려고 했는데 못했으면 그건 그냥 못한 거예요.
[관련기사]
▶ [창간28주년 기획 좌담 |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 "대통령은 조율사, 코드인사 반대" … '적극적 일상 소통' 필요
정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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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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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 - 분열의 정치, 타협의 정치] "국회의 총리 추천제, 개헌 없이 제왕적 대통령제 보완 가능“ : 내일신문 창간28주년 기획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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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여론 따른 개헌 방향 판단 위험"
박명호 "총리 재량권 넓혀주는 게 핵심"
20대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정치권은 타협보다는 대결, 대화보다는 반목으로 얼룩져 가고 있다. '5년 간의 권력'을 잡기 위한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를 보는 유권자들은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묻는다.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지만 대리인을 정하는 주권자들은 머뭇거리기만 한다. 정치는 왜 유권자의 짐이 됐는가. 제도의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아니면 또다른 원인이 있는가.
지난 1일 내일신문은 창간 28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2022년 선택, 균형의 시대' 좌담을 마련했다. 먼저 '분열의 정치, 타협의 정치'를 풀어내는 자리에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 했다. 진행은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이 맡았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정치의 나아갈 방향과 함께 차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필요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다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개헌, 청와대 운영방식을 우선 점검했다. 대통령, 청와대와 국회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챙겨 짚었다. 총리, 장관 임명과 운영 등 인사원칙, 공감과 공유, 시대정신 등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도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형 통치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현우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죠. 이전과는 다른 차별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박관념이 제도 안에서의 국가 운영을 넘어서게 만들고 집중된 권력에 따라 기대와 본인의 욕구들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온 것이 한국정치의 특징이고요. 또 다른 측면을 보면 정치문화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적인 정치에 대해서 비판하면서도 그런 식의 정치문화가 남아있거든요.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영의 문제로 보는 건가요.
이현우 헌법이나 법률의 결함이 문제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을 만들 때 취지를 제대로 따르느냐, 법의 정신을 따를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 법의 허술한 점을 이용해서 자기의 이득을 찾으려고 하느냐는 이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박명호 굳이 형량한다면 제도보다는 사람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문화나 배경이 중앙집권적이고 권력집중적이었죠. 분권의 경험이 별로 없어요. 자치의 경험도 별로 없고요. 거기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가는 배경이 갖춰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화된 대통령제죠.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개헌을 주장하는 전문가나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지 않나요.
이현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변화를 모색하고 개선을 해야 된다는 것에는 상당히 동의해요. 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서 개헌의 여부, 방향 등을 알아본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경험으로 보면 여론조사로 권력구조를 알아봤을 때 '이원집정부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추가로 질문해서 이원집정부제가 뭐냐고 물었을 때는 상당수 사람들이 몰라요. 월드컵에 나갈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선발하는 능력은 감독이 제일 낫죠. 언론이나 또는 정치학자들이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놓는다든지 아니면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에 대한 논의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무작정 여론이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개헌을 하지 않고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명호 총리 제도가 우리 정치의 경로 의존성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제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총리의 정치적 힘이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렇지 않고 국회의 신임에 의존하게 한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이라고 하는 부분을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출발은 대통령을 우위에 놓고 총리의 재량권을 넓혀줄 수 있는 시작점이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죠. 그래서 개헌하지 않고도 가능한 총리 추천제 정도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총리의 정치적 신임 근거를 바꿔줘야 하는 거예요.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추천제부터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선출제까지 로드맵을 갖고 갈 수 있죠. 개헌을 하지 않고도 합의만 되면 가능해요. 아주 낮은 수준에서부터요.
이현우 대통령 연임 부분도 마찬가지인데요. 대통령의 임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조급하고 무리하게 국민 동의나 설득 보다는 푸시 한다거나 아니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분명히 단임제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서 단임 했기 때문에 너무 아쉬운 대통령이 있으면 한번 꼽아보자'고 학생들에게 물어봤어요.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연임은 불행한 시기가 더 길어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현재 대통령제 문제를 제도의 탓으로 돌려서 헌법을 바꾼다고 해서 좋아질 것이냐에 회의적입니다. 개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개헌은 마치 선이고 더 나은 개선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인사문제로 넘어가는 데요. 인사 원칙에 대해 짚을 부분이 무엇이 있나요.
이현우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권한이 저 사람에게 있다', '나에게도 도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신호를 몇 가지 보여줘야죠. 공무원들은 그런 시그널에 굉장히 빠르게 반응해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더 높아질 거고요. 권력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자신감에서 나와요. 장관들도 대통령에게 '나 못하겠다'고 사표 던지고 대통령이 '그러지 말라'고 잡는 식의 문화가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장관들도 상당히 긴 임기가 필요합니다.
박명호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일 텐데요. 어느 부서에 누가 가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나 지식, 그런 사람을 인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죠. 그 다음은 인사권 보장이에요. 인사와 재정에 관한 권한이 일임돼야 책임총리, 책임장관이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인사권은 지금 현재 거의 100% 청와대에서 행사하면서 장관 등 정무직 인사들에게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쓸 수 있는 레버리지는 없는데 능력을 발휘하라는 거죠.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어야 되는 거지, 그렇지 않고 책임만 묻겠다고 그러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죠.
이현우 인사가 가장 중요한데 핵심은 임용할 때에 충성심에서 비롯된 '코드 인사'라는 게 너무 큰 미덕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지식으로든 능력으로든 맞는 사람이 가면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리를 버리고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나를 뽑아줬으니까 보은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지금도 여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배반했다는 거 아니예요. 이런 얘기가 안 맞는 거죠. 공직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거고 국가를 위해서 그 자리를 만든 거지 정권이나 대통령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인사에서 고려하는 게 실력과 충성심 중 아직도 충성심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아요. 코드 인사는 진보든 보수든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정부가 출발하면서 그런 식의 논공행상을 보게 되죠. 대선캠프에 있고 그러다가 요직에 가고 그 파장이 낙하산 인사까지 가는 거예요. 문화죠. 우선 개선돼야 할 부분입니다.
박명호 권력의 현실에서 보면 캠프 정치, 충성심 같은 게 권력 운용의 논리니까요. 다만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리더십이 있는데 권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리더십이 달라져야 해요.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특히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설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네요.
박명호 입법부와 행정부 관계에서는 두 가지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대통령제를 우리는 내각제적으로 운영해요. 흔하게 표현하는 정부 여당, 이건 내각제에서 나오는 얘기죠. 두 번째는 정당 집단주의예요. 패거리주의죠. 당론으로 정해버리는 거거든요. 특히 여당이 더 심해졌잖아요.
그런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할 수밖에 없어요. 의원의 장관 겸직도 하나의 이유죠. '국회의원'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 되는 거죠. 항상 '여당 국회의원'이 먼저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여당 의원' '야당 의원' 아니라 모두 '국회의원'이죠. 족쇄를 풀어줘야 돼요.
이현우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제일 중심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제에서도 국회가 중심입니다. 우리나라 헌법도 그렇고 미국 헌법도 그렇고 의회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대통령 권력이 나오거든요. 그 이유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을 맡겼을 때보다는 다수의 집단지성이 더 낫다는 의미죠. 국회에서는 법을 만드는 거고 행정부는 그 법에 근거해서 수행을 하는 거잖아요. 권력의 창출은 의회인 거죠.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들이 공천에 매달려 청와대나 대통령과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바꾸자고 했던 게 상향식 공천이죠. 그런데 실질적으로 공천이 끝난 다음에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보면 전략공천이나 단수 공천을 떼내고 나면 얼마 안되죠. 출발점을 공천에서부터 시작하면 의원들이 좀 더 자율성을 가질 수 있죠.
■'소통능력'은 대통령의 중요한 필요조건일텐데요. 많은 대통령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어요.
박명호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의 다짐이 들어간 후엔 다 달라졌어요. 농담 삼아 터가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대통령'은 오더나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예요. 프레지턴트의 어원 자체가 '회의장에 먼저 나와 기다리는 사람'이죠. 조율사가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는 역대 대통령이 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상징이고 때 묻지 않은 고결한 존재여야 하면서 동시에 손에 피를 상당히 묻히는 존재이기도 한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보여지는 건 전자의 것으로 보여져야 되니까 여기에서 오는 충돌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정치하는 대통령이어야 되는데 정치를 멀리하는 대통령이 돼가는 거죠.
대통령들의 반응성이 떨어지고 공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봐야 해요. 우리 정치가 점점 나빠진다고 하는 것은 여러 측면 중에서 보면 탈현장화됐다는 얘기거든요.
이현우 의회주의자가 필요해요. 의회를 종속적이거나 아니면 의회에서 뭘 하는 걸 짜증을 내서는 안 되거든요.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 국민을 설득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야 되는데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를 해요. 그걸 왜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느냐는 거죠. 그런 쪽의 견해가 있으면 그것을 설득하고 찾아가서 얘기하고 그런 부분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직까지 우리는 고귀하고 신화적인 존재로서의 대통령 모습을 환상으로 가지고 있는 거죠. 국민들은 사진 안 찍고 그냥 와서 손잡고 가는 대통령을 원해요. 대통령이 누굴 불러서 오찬을 했다는 게 너무 맨날 해서 신문에 나지도 않게 되는 거죠. 이런 게 정치철학이죠.
■한국정치 현실을 보면 빈약한 정치철학과 인물 부재론을 짚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이현우 정치가 프로입니까, 아마추어입니까 물어요. 어느 분야에서 성공한 의사였던 사람도 정치한다고 오고, 법관이었던 사람들도 갑자기 정치한다고 들어오고 그렇죠. 정치가 그런 거냐는 거죠. 정치인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줬어야 되는데 '내가 해도 너보다 낫겠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문제의 출발은 정치인 집단이라고 봐요. 제대로 된 정치인을 키워오지 않은 거죠. 차기 정치인들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인 것, 문화적인 것들이 전혀 없는 상태죠.
■내년 3월 9일 대선이 있어요. 차기 대통령 리더십, 시대정신은 뭔가요.
박명호 전환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에겐 철학이나 방향성이 중요하고 더 중요한 건 제도설계 능력이예요. 시기에 맞는 중요한 제도와 역할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죠. 프로야구 감독을 임명할 때도 윈나우(당장 승리하기 위한 전략)냐, 리빌딩(팀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전략)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하거든요. 리더십이 시대정신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느냐, 임기 안에 어떤 제도설계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국민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시민이 답이고요. 최종적인 심판자죠. 다만 시민을 위한 정치가 되려면 공유, 공감의 문제가 개선이 돼야 해요. 여야 간의 공유의 영역이 점점 없어졌고 정치권과 시민들 간의 공유 영역이 점점 없어졌어요. 의전 정치, 이벤트 정치만 늘어났어요.
또 탈현장이 되다보니 탈공감이 되는 거예요. 결국 선거를 통해서 시민의 선택으로 그런 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거죠. 시민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바뀌면 정치권은 거기에 맞춰서 변할 거예요. 근데 사람들의 선택이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면 당연히 변할 이유를 못 느끼겠죠. 따라서 결국은 시민이 답이라고 할 수 있죠.
이현우 200년 가까이 된 얘기지만 정치인의 자질을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 정치'에서 정치인의 자질을 얘기하는 데요. 열정이 있어야죠. 대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열정도 있어야 될 것이고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자질도 있어야 되고 결과를 낼 수 있는, 결과에 책임지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프레지던시라는 대통령직이 아니라 프레지던트라는 대통령,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기대가 더 있는 거고요.
대통령은 통치나 컨트롤 타워라는 것보다 코디네이팅, 조화를 만드는 역할로 인식해야 하는 거죠. 삼국지에서 유비가 힘이 제일 약하잖아요. 강력한 힘은 없지만 큰 그림을 보면서 조화롭게 맞춰가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정치의 기본은 공감이거든요.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주변에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것을 넘어서야 돼요.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데 무능하거나 공감을 못한다고 느낀다면 실제로는 철학이 빈약한 거죠. 선한 정책은 없어요. 선한 결과가 있는 거죠. 난 잘하려고 했는데 못했으면 그건 그냥 못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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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